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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리티법 부결 — 미 상원 49대 50 한 표결에 코인이 흔들린 이유


2026년 9월 15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에서 표결 하나가 부결됐습니다. 찬성 49, 반대 50. 그 직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값이 일제히 밀렸습니다. 남의 나라 의회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내 계좌가 흔들린 것은, 그 법안이 정하려던 게 “코인을 도대체 무엇으로 볼 것인가” 였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무엇이 부결됐나요

법안 자체를 부결시킨 게 아닙니다. 상원이 그날 오후 2시 19분에 한 표결의 정식 이름은 “H.R. 3633 심의 착수 동의에 대한 토론종결 표결” 입니다.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다룰지 말지를 정하는 문지기 표결입니다.

토론종결(cloture) — 미국 상원은 무제한 토론이 허용되는 곳이라, 토론을 끝내고 표결로 넘어가려면 100명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이 60표를 못 채우면 법안은 본회의 표결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항목 내용
표결 번호 234번
일시 2026년 9월 15일 오후 2시 19분 (현지 시각)
안건 H.R. 3633 심의 착수 동의에 대한 토론종결
필요 정족수 5분의 3 (60표)
결과 찬성 49 · 반대 50 · 불참 1 → 부결

하원은 이미 1년도 더 전에 이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2025년 7월 17일 찬성 294, 반대 134로 가결됐습니다. 공화당은 216명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에서도 78명이 찬성표를 던진 초당적 표결이었습니다. 하원을 넘은 법안이 상원 문 앞에서 멈춘 것이 이번 일입니다.

이 법이 정하려던 건 “코인은 증권인가, 상품인가”

법안의 정식 이름은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줄여서 클래리티(CLARITY)법입니다. 상원 의안에 적힌 목적을 그대로 옮기면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의한 디지털 상품의 공모·매도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풀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코인을 감독할 수 있는 기관은 두 곳입니다.

SEC(증권거래위원회) — 주식·채권 같은 증권을 감독합니다. 증권으로 분류되면 발행한 쪽이 공시를 하고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 옥수수·원유·금 같은 상품과 그 선물을 감독합니다. 증권보다 의무가 가볍습니다.

문제는 코인이 둘 중 어디에 속하는지 법에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는 코인을 취급하는 회사가 어느 기관에 등록해야 하는지를 법이 아니라 소송으로 하나씩 정해 왔습니다. 규칙을 먼저 알려 주고 지키게 하는 게 아니라, 일단 영업을 한 뒤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코인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따라 감독기관이 갈립니다. 증권이면 SEC 가 맡아 공시와 등록 의무가 붙고, 상품이면 CFTC 가 현물시장을 감시합니다. 클래리티법은 이 경계를 법으로 그으려던 법안입니다. 코인은 증권인가, 상품인가? 증권이라면 SEC 공시·등록 의무 상품이라면 CFTC 현물시장 감시 이 선을 법으로 긋는 게 클래리티법
경계가 법에 없으니 그동안은 소송으로 하나씩 정해 왔습니다. 그 경계를 법조문으로 옮기려던 시도가 이번에 멈췄습니다.

법안은 블록체인 시스템에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가치가 블록체인 시스템의 사용에서 나오는(또는 나올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디지털 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정의합니다(제103조). 그리고 SEC 쪽 중개업자 등록은 제3편에, CFTC 쪽 디지털 상품 중개업자 등록은 제4편에 따로 두어 관할을 갈랐습니다. 여기에 연방준비은행이 개인에게 직접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통화정책에 쓰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제6편)까지 한 법에 묶여 있습니다.

막은 건 코인이 아니라 윤리 조항

의외일 수 있는데, 이 법이 멈춘 이유는 “코인 규제를 세게 할지 약하게 할지” 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 규칙을 만들면서 동시에 가상자산으로 이익을 보는 것을 막는 윤리 조항을 어디까지 넣을지에서 합의가 깨졌습니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은 콜린스(메인), 홀리(미주리), 모런(캔자스),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네 명입니다. 이 가운데 틸리스 의원의 반대는 나중에 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해 두려는 절차적 반대였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지점을 이렇게 봤습니다. 김남웅 포필러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윤리조항에 대해 일부분 양보했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보유 가상자산 관련 재산 매각 조항에는 합의하지 않았다”고 했고,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는 “사실상 이 시장은 트럼프에 의해 만들어지고 트럼프에 의해 막힌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1월 중간선거까지 남은 의사 일정이 빠듯해서, 이번 회기 안에 다시 다뤄지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그럼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요

한국은 미국과 순서가 다릅니다. 투자자 보호부터 먼저 법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24년 7월 19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이 법의 뼈대는 세 가지입니다.

무엇을 정했나 내용
예치금 보호 이용자 예치금은 은행이 보관·관리하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
코인 실물 보유 사업자는 이용자 가상자산과 동종·동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
불공정거래 처벌 시세조종 등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벌금, 부당이득 2배의 과징금

여기까지가 이른바 1단계입니다. 그런데 “코인을 어떤 업으로 정의하고 누가 어떻게 영업하게 할 것인가” 를 다루는 2단계 법은 아직 없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법안 이름에 ’디지털자산’이 들어간 법안을 찾아보면 2026년 9월 16일 기준 여덟 건이 검색되는데, 여덟 건 모두 계류 중입니다. 가장 먼저 발의된 것이 2025년 6월 11일 것이니 1년이 넘도록 상임위에 묶여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투자자 보호 없이 시장부터 컸고 경계를 긋는 법에서 막혔습니다. 한국은 보호막을 먼저 쳤지만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법이 아직 국회에 있습니다. 양쪽 다 “규칙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달력에 적어 둘 날짜는 2027년 1월 1일

법이 어떻게 되든 이미 확정되어 시행을 기다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입니다.

소득세법 부칙 제5조는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세 번 미뤄진 끝에 지금 법에 적혀 있는 날짜가 이겁니다.

항목 내용 (소득세법)
소득 구분 기타소득 (제21조제1항제27호)
계산 가상자산소득금액에서 250만 원을 뺀 금액 × 20% (제64조의3제2항)
실제 부담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22%
적용 시점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 (부칙 제5조)

여기서 놓치기 쉬운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37조제5항은 2027년 1월 1일 전부터 갖고 있던 코인의 취득가액을 2026년 12월 31일 당시의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더 큰 금액으로 본다고 정해 뒀습니다. 오래전에 싸게 산 코인이라도 2026년 마지막 날 시세가 더 높으면 그 시세를 산 값으로 쳐 준다는 뜻입니다. 과세가 시작되기 전에 쌓인 이익까지 세금을 물리지는 않겠다는 장치입니다.

250만 원 공제에 22%라는 구조는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와 숫자가 같아 헷갈리기 쉽습니다. 다만 해외주식은 양도소득이고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이라 세목이 다르고, 공제 250만 원도 각각 따로 계산합니다.

지금 시장의 크기는 이 정도입니다

규칙 이야기가 멀게 느껴진다면,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반기마다 조사하는 실태조사 숫자를 보세요. 가장 최근 발표는 2026년 3월 26일 나온 2025년 하반기분입니다.

항목 2025년 상반기 2025년 하반기
시가총액 95.1조 원 87.2조 원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 1,077만 개 1,113만 개
일평균 거래규모 6.4조 원 5.4조 원
원화예치금 6.2조 원 8.1조 원
1백만 원 미만 보유 804만 명 826만 명
가격변동성 72% 73%

계정이 1,113만 개인데 그중 826만 명이 100만 원도 안 갖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연령대는 30대입니다. 그리고 가격변동성 — 반기 안의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를 최고가로 나눈 값 — 이 73% 입니다. 반년 사이에 고점 대비 4분의 3 가까이 흔들렸다는 뜻입니다.

미 상원 표결 하나에 값이 출렁인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아직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이라, 규칙에 관한 소식 하나하나가 곧 가격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예금자보호처럼 원금을 지켜 주는 장치도 여기엔 없습니다 (예금자보호 1억 원은 은행 예금 이야기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미국 상원·하원의 표결 기록과 GPO 의 법안 본문,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소득세법,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미국 법안의 처리 일정과 국내 2단계 입법, 가상자산 과세 시행일은 모두 바뀔 수 있으니 실제 판단 전에 원문을 확인하세요. 이 글은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본문 기준일: 2026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