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CMA·정기예금·발행어음 차이 — 예금자보호 되는 곳과 안 되는 곳
쓸 곳은 정해져 있는데 아직 쓸 때가 아닌 돈. 이런 돈을 어디에 둘지는 개인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회사도 똑같이 합니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기업 더본코리아가 좋은 예입니다. 이 회사가 2024년에 주식시장에서 모은 1,020억 원 가운데 969억 원이 아직 쓰이지 않고 남아 있는데, 그 돈이 지금 어디에 들어 있는지가 반기보고서에 한 줄씩 적혀 있습니다. 개인이 “파킹통장에 넣을까, 정기예금 할까” 고민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갈림길입니다.
공시에 적힌 969억 원의 행방
더본코리아가 2026년 8월 14일에 낸 반기보고서를 보면, 2024년 10월 31일에 들어온 공모 자금의 용도와 집행 상황이 이렇게 정리돼 있습니다.
| 적어 낸 용도 | 조달 금액 | 실제 쓴 금액 |
|---|---|---|
| 운영자금 | 34억 3,500만 원 | 0원 |
|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 935억 600만 원 | 0원 |
| 발행제비용 등 | 50억 5,900만 원 | 50억 5,900만 원 |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는 데 쓰겠다고 적어 둔 돈입니다.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 회사 주식을 사야 하니까, 인수 자금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발행에 든 비용만 쓰고, 본래 목적인 935억 원은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공시에 적힌 사유는 “타법인증권 취득시기 도래 시 사용 예정”입니다.
그동안 그 돈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같은 보고서의 미사용자금 운용내역에 나와 있습니다 (기준일 2026년 6월 30일).
| 어디에 | 금액 | 계약기간 |
|---|---|---|
| 정기예금 | 456억 100만 원 | — |
|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 463억 4,000만 원 | 2025년 7월 ~ 2026년 7월 |
| NH투자증권 발행어음 | 50억 원 | 2025년 7월 ~ 2026년 7월 |
| 합계 | 969억 4,100만 원 | — |
’파킹통장’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부르기 쉽지만, 공시에 적힌 그릇은 정기예금과 발행어음 두 가지입니다. 이 둘은 성격이 꽤 다릅니다.
’파킹통장’은 상품 이름이 아닙니다
먼저 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파킹통장은 법에도, 상품 약관에도 없는 별명입니다. 차를 잠깐 세워두듯(parking) 돈을 넣어둔다는 뜻으로 붙은 말이고, 실제 정체는 은행이 파는 수시입출금식 예금(보통예금·저축예금)입니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도 이 상품들은 ’정기예금’이 아니라 수시입출금식예금 항목으로 묶여 비교됩니다. 보통 이런 조건이 붙습니다.
- 금리가 구간별로 다릅니다. “5,000만 원까지 연 몇 %, 넘는 금액은 확 낮게” 같은 식입니다
- 우대조건이 붙습니다. 급여이체·카드실적 같은 조건을 채워야 광고에 나온 금리가 됩니다
- 은행이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정기예금과 달리 약속된 만기가 없으니 금리도 고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파킹통장 금리 연 3%“라는 문장을 봤다면, 그 3%가 얼마까지, 무슨 조건일 때인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네 가지 그릇, 무엇이 다른가요
잠깐 넣어두는 돈이 들어가는 자리는 크게 넷입니다.
| 그릇 | 파는 곳 | 돈 빼기 | 예금자보호 |
|---|---|---|---|
| 파킹통장 (수시입출금식 예금) | 은행 | 아무 때나 | 보호 |
| 정기예금 | 은행 | 만기 전에 빼면 이자 손해 | 보호 |
| CMA | 증권회사 | 아무 때나 | 보호 안 됨 |
| 발행어음 | 증권회사 | 약정한 기간이 있음 | 보호 안 됨 |
CMA — 증권회사 계좌에 넣어둔 돈을 하루 단위로 굴려 이자를 붙여 주는 계좌입니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파킹통장과 자주 비교됩니다.
발행어음 — 큰 증권회사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해 파는 어음입니다. 회사가 “언제까지 원금에 얼마를 붙여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 그 증권회사가 무너지면 돈도 위험해집니다.
갈리는 지점은 ’누가 파느냐’입니다
예금자보호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상품 이름이 아니라 파는 회사가 어떤 종류인지로 갈립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정리해 둔 보호대상 목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같은 ’CMA’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증권회사 CMA는 보호되지 않고, 종합금융회사 CMA는 보호됩니다. 발행어음도 똑같이 갈립니다. 상품 이름만 보고 “CMA니까 안전하겠지”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도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예금자보호 1억 원 — 어디까지, 무엇이 보호되나).
969억에는 보호 한도가 의미 없습니다
여기서 더본코리아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회사가 굴린 969억 원 중 절반 가까운 513억 원이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증권회사 발행어음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왜 그렇게 정했는지는 공시에 적혀 있지 않지만, 구조를 보면 짐작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보호 한도는 1억 원입니다. 969억을 은행 한 곳에 넣어도 보호되는 건 1억 원뿐이고, 969개 은행에 나눠 담을 수도 없습니다. 이 규모에서는 예금자보호라는 기준 자체가 선택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는 기준은 금리와 만기입니다. 발행어음의 계약기간이 2025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년으로 잡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인은 반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1억 원은 의미 있는 선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하는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 돈을 어디에 둘지 고를 때
첫째, 쓸 날짜부터 정하세요. 언제 쓸지 모르는 돈이면 아무 때나 뺄 수 있는 파킹통장이나 CMA가 맞고, 6개월 뒤 전세금처럼 날짜가 박혀 있으면 그 날짜에 만기를 맞춘 정기예금이 이자를 더 줍니다. 만기 전에 깨면 약속한 이자를 거의 못 받습니다.
둘째, 1억 원이 넘으면 나눠 담으세요.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억 원까지가 금융회사별로 보호됩니다. 한 은행 안에서 지점만 나누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회사를 나눠야 합니다.
셋째, 이자에도 세금이 붙습니다. 이자를 받을 때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가 먼저 떼입니다. 이자와 배당을 합쳐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계산이 또 달라집니다 (금융소득 2,000만 원과 1,000만 원 — 헷갈리는 두 숫자 정리).
금리를 비교할 때는 은행 광고가 아니라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같은 조건끼리 나란히 놓고 보세요. 수시입출금식예금과 정기예금이 항목별로 따로 공시돼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더본코리아 반기보고서 (2026.08.14) — 공모자금 사용내역(운영자금 34억 3,500만 원·타법인증권 취득자금 935억 600만 원·발행제비용 50억 5,900만 원)과 미사용자금 운용내역(정기예금 456억 100만 원·발행어음 513억 4,000만 원), 대표이사 백종원
- 예금보험공사 · 보호대상 금융상품 개요 — 은행의 보통예금·저축예금·정기예금은 보호, 증권회사의 CMA·RP·발행어음은 비보호, 종합금융회사의 CMA(어음관리계좌)·발행어음·표지어음은 보호
-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 수시입출금식예금 금리비교 — 은행별 수시입출금식예금 금리를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는 공시
-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 정기예금 금리비교 — 가입 기간별 정기예금 금리 비교 공시
이 글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더본코리아 반기보고서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 금융상품 공시,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특정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지 않으며, 금리와 보호 범위는 바뀔 수 있으니 가입 전에 원문과 상품설명서를 확인하세요. (본문 기준일: 2026년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