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 — 단계별 발동 조건과 시장이 다시 열리는 시각
주식시장이 통째로 멈추는 장치가 서킷브레이커입니다. 전기가 갑자기 많이 흐르면 두꺼비집이 딱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름입니다.
멈추는 조건은 하나뿐입니다. 코스피가 어제 종가보다 많이 떨어지는 것.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뉘고, 단계마다 조치가 다릅니다.
그런데 “20분 멈춘다”는 설명만 알고 있으면 실전에서 한 번 당황합니다. 20분이 지나도 바로 사고팔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세 단계, 세 가지 숫자
한국거래소 업무규정이 정한 조건은 이렇습니다.
| 단계 | 조건 | 조치 |
|---|---|---|
| 1단계 | 코스피가 직전 매매거래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 | 20분간 전 종목 매매거래 중단 후 재개 |
| 2단계 | 여기서 다시 15% 이상 하락 + 1단계 중단 시점보다 1% 이상 추가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 | 20분간 전 종목 매매거래 중단 후 재개 |
| 3단계 | 여기서 다시 20% 이상 하락 + 2단계 중단 시점보다 1% 이상 추가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 | 그날 매매거래를 즉시 종결 |
세 가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첫째, 1분을 버텨야 합니다. 순간적으로 8%를 찍었다가 곧바로 올라오면 발동하지 않습니다. 8% 아래에 1분을 머물러야 걸립니다.
둘째, 2·3단계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15%만 떨어졌다고 2단계가 걸리는 게 아닙니다. 1단계가 걸렸던 그 지수보다 1% 이상 더 내려가야 하고, 그 상태도 1분을 버텨야 합니다. 시행세칙이 “1% 이상 하락하지 아니하거나, 1% 이상 하락하였으나 1분간 지속되지 아니한 경우” 중단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셋째, 하락에만 걸립니다. 급등에는 서킷브레이커가 없습니다. 위로 튈 때 걸리는 건 종목별 VI와 매수 사이드카입니다.
코스닥시장에도 똑같은 8·15·20% 구조가 코스닥시장 업무규정에 따로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날 두 시장에 동시에 걸리기도 하고, 한쪽만 걸리기도 합니다.
“20분 중단”은 절반만 맞습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1단계가 발동되면 20분간 거래가 멈춥니다. 그런데 20분이 지난 뒤 곧바로 평소처럼 사고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재개된 다음 10분간 주문만 받고, 그 10분이 끝나야 첫 가격이 정해집니다.
업무규정 제23조는 서킷브레이커로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최초의 가격은 단일가매매로 정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시행세칙은 그 단일가에 참여하는 호가를 “재개시점부터 10분간” 받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호가상황에 따라 거래소가 이 10분을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최소 30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습니다.
단일가매매 — 주문을 즉시 체결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동안 모았다가, 가장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하나의 가격으로 한꺼번에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장 시작가와 종가를 정할 때도 같은 방식을 씁니다.
접속매매 — 우리가 평소에 겪는 방식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조건이 맞는 반대편 주문과 바로 짝지어 체결됩니다.
오후 늦게 걸리면 그날 접속매매는 끝입니다
재개 시점이 장 마감에 가까우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시행세칙은 재개 시점이 장 종료 20분 전(오후 3시 10분) 이후인 경우, 그 재개 시점부터 장 종료 시까지 통째로 종가를 정하는 단일가매매 시간으로 삼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즉 그날은 접속매매가 다시 열리지 않고, 남은 시간 내내 주문만 쌓다가 3시 30분에 종가 하나로 끝납니다.
발동되지 않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 시간대 | 1·2단계 | 3단계 |
|---|---|---|
| 장 개시 직후 1분 (09:00~09:01) | 이 시간은 1분 지속 계산에서 빠집니다 | 좌동 |
| 장 종료 40분 전 이후 (14:50~15:30) | 발동하지 않습니다 | 발동합니다 |
장 종료 40분 전부터 1·2단계를 발동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날 종가를 정할 시간을 남겨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20분 중단에 10분 호가접수를 더하면 30분이 필요한데, 마감 직전에 걸리면 종가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3단계만 예외인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3단계는 어차피 그날 장을 끝내 버리는 조치라, 종가 시간을 남겨 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1단계의 “1분간 지속” 여부는 장이 열리고 1분이 지난 시점부터 계산합니다. 개장 직후 호가가 정리되지 않은 순간의 지수로 시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멈춘 동안 내 주문은 어떻게 되나
실전에서 가장 급한 질문입니다. 단계별로 다릅니다.
| 1·2단계 (20분 중단) | 3단계 (당일 종결) | |
|---|---|---|
| 새 주문 넣기 | ❌ 불가 | ❌ 불가 |
| 이미 넣은 주문 취소 | ✅ 가능 | ❌ 불가 |
| 이미 넣은 주문 정정 | ❌ 불가 | ❌ 불가 |
| 중단 중 체결 | ❌ 없음 | ❌ 없음 |
| 재개 후 | 10분 호가접수 뒤 단일가로 체결 | 그날 거래 없음 |
업무규정은 매매거래중단을 “취소호가를 제외한 호가접수를 중단하는 것” 이라고 정의합니다. 취소는 예외로 열어 둔다는 뜻입니다. 다만 3단계는 그날 거래를 끝내는 조치라 취소호가까지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전 대응은 이렇게 갈립니다. 1·2단계가 걸렸다면 20분 동안 내가 걸어 둔 주문을 다시 볼 시간이 있습니다. 아까 급한 마음에 던져 둔 하한가 매도 주문이 있다면 지금이 물릴 마지막 기회입니다. 3단계는 그 기회조차 없습니다.
주식시장이 멈추면 채권시장을 뺀 연계 선물·옵션시장도 함께 멈춥니다. 주식이 멈춘 사이 선물로 빠져나가는 길도 같이 닫히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중단·정지·재개 사실을 즉시 공표하도록 규정에 정해 두었습니다. 재개 전에 전산장애가 생겨 다시 열 수 없으면, 장애가 복구된 시점에 재개합니다.
발동 횟수 — 2026년은 전혀 평범하지 않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원래 “평생 몇 번 볼까 말까”한 장치였습니다. 1998년 제도가 도입된 뒤 2001년 9·11 테러 때 1회, 2020년 팬데믹 때 2회처럼 몇 해에 한 번 나오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은 다릅니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6월 26일까지 그해에만 서킷브레이커가 5회 발동했습니다. 제도 도입 이후 그때까지의 역대 누적이 11회였으니, 28년치의 절반 가까이가 반년 만에 몰린 것입니다.
| 시기 | 서킷브레이커 | 사이드카 |
|---|---|---|
| 2001년 (9·11 테러) | 1회 | — |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 | 26회 |
| 2020년 (팬데믹) | 2회 | 7회 |
| 2026년 (6월 26일까지) | 5회 | 29회 (매수 15 · 매도 14) |
같은 기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월 9일에 91을 넘었고, 2026년 평균이 57.3이었습니다. 금융위기 때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VKOSPI —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서 뽑아낸 “앞으로 한 달간 시장이 얼마나 출렁일 것 같은가”의 지표입니다. 흔히 공포지수라고 부릅니다. 평온한 시기에는 15~20 언저리에 머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졌습니다. 7월에는 서킷브레이커가 여러 차례 더 발동했고, 7월 28~29일에는 코스피·코스닥에 이틀 연속으로 걸리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즉 지금은 서킷브레이커를 “교과서 속 제도”로 알아 두면 안 되는 시기입니다. 실제로 겪을 가능성이 높으니, 위의 “내 주문은 어떻게 되나” 표를 기억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정확한 최신 누계는 거래소가 공표하는 자료로 확인하세요. 위 숫자는 보도 시점(2026년 6월 26일) 기준입니다.
사이드카와 무엇이 다른가
둘을 헷갈리는 분이 많습니다. 멈추는 대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 서킷브레이커 | 사이드카 | |
|---|---|---|
| 무엇을 보나 | 코스피 지수 | 코스피200 선물 가격 |
| 얼마나 움직이면 | 8 / 15 / 20% 하락 | 5% 상승 또는 하락 |
| 무엇이 멈추나 | 시장 전체의 모든 주문 | 프로그램매매 주문만 |
| 얼마나 | 20분 (+재개 후 10분) 또는 당일 종결 | 5분 |
| 방향 | 하락에만 | 상승·하락 양쪽 |
| 내 일반 주문 | 멈춤 | 안 멈춤 |
사이드카는 보통 서킷브레이커보다 먼저 걸립니다. 선물이 앞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이드카 발동” 뉴스가 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순서를 자주 보게 됩니다. 자세한 구조는 사이드카 — 선물이 먼저 흔들릴 때에 정리했습니다.
멈춘 다음 날을 조심해야 합니다
서킷브레이커는 그날 하루의 눈덩이를 끊어 줄 뿐, 손실을 되돌려 주지 않습니다.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산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다음 날이 문제입니다. 담보 가치가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정해진 날짜에 강제로 팔아 버리기 때문입니다. 급락한 날 다음 날 아침에 매도 물량이 또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언제 어떤 가격에 팔리는지는 반대매매 — 증거금이 모자랄 때 언제 팔리나에서 다룹니다.
정리
-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가 8 / 15 / 20% 떨어진 상태가 1분간 이어질 때 단계별로 발동합니다. 하락에만 걸립니다.
- 2·3단계는 퍼센트만으로 걸리지 않습니다. 직전 단계 중단 시점보다 1% 이상 더 떨어져야 합니다.
- “20분 중단”은 절반입니다. 재개 후 10분간 호가만 받은 뒤 단일가로 첫 가격이 정해집니다. 최소 30분입니다.
- 1·2단계 중에는 넣어 둔 주문을 취소할 수 있고, 3단계에는 취소도 안 됩니다.
- 1·2단계는 하루 한 번씩만, 그리고 오후 2시 50분 이후에는 발동하지 않습니다. 3단계는 그 시간에도 발동합니다.
- 2026년은 반년 만에 5회가 발동한 예외적인 해였습니다. 제도를 미리 알아 둘 이유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참고 자료
- 한국거래소 법무포털 —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 제25조(주식시장 등의 매매거래중단 등)의 8·15·20% 단계별 조문, 매매거래중단이 “취소호가를 제외한 호가접수를 중단하는 것”이라는 정의, 제23조(단일가격에 의한 개별경쟁매매)의 재개 후 최초 가격 결정 방식. 첫 화면 “KRX규정”에서 규정 이름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 한국거래소 법무포털 —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 제39조(주식시장 등의 매매거래중단 등)의 1% 추가하락 요건·1일 1회·장종료 40분 전 규칙·장개시 후 1분 기산, 제35조의 재개 후 10분 호가접수와 장종료 20분 전 이후 처리, 제41조의 즉시 공표
- 한국거래소 — 주식시장의 매매거래중단제도(Circuit Breakers) — 제도 취지(“냉정한 투자판단 시간”), 연계 선물·옵션시장 동반 중단, 3단계에서 취소호가까지 불가하다는 설명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매매거래중단·정지 및 시장경보제도 —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각각의 근거 조문(업무규정 제25조·제26조 및 각 시행세칙) 대조표
- 아시아경제 — 올해 ‘역대급 롤러코스터’ 사이드카 29회 발동 —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2026년 사이드카 29회(매수 15·매도 14)·서킷브레이커 5회,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11회, 2008·2020·2001년 비교, VKOSPI 6월 9일 91 돌파와 연평균 57.3 (2026년 6월 26일 기준)
- 머니투데이 — 코스피·코스닥 폭락에 동반 ‘서킷브레이커’ — 2026년 3월 4일 코스닥 오전 11시 16분·코스피 11시 19분 발동과 20분 중단의 실제 사례
이 글은 한국거래소 법무포털에 공시된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및 같은 규정 시행세칙(2026년 8월 19일 시행)과 거래소의 매매거래제도 안내를 바탕으로 정리한 교육용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발동 요건과 시간은 규정 개정으로 바뀔 수 있고, 코스닥시장은 코스닥시장 업무규정에 따로 규정돼 있습니다. 2026년 발동 횟수는 한국거래소 집계를 인용한 보도(2026년 6월 26일 기준)를 옮긴 것이므로 이후 수치는 거래소 공표로 확인하세요. (본문 기준일: 2026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