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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 앞두고 DB형에서 DC형으로 — 퇴직금 4,500만 원이 갈리는 전환 시점


“연봉이 꺾이기 전에 퇴직연금을 바꾸지 않으면 수천만 원 손해를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임금피크제를 앞둔 DB형 가입자에게는 맞는 말입니다. 다만 조건이 두 가지 있습니다. 월급이 실제로 줄어드는 사람이어야 하고, 줄어들기 전에 바꿔야 합니다.

DB형과 DC형이 무엇인지부터 보고 싶으시다면 DB형 vs DC형 퇴직연금을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DB형과 임금피크제

DB형 퇴직금은 퇴직하기 전 마지막 3개월의 월급으로 계산합니다. 1년마다 30일분 평균임금, 대략 한 달 치 월급이 쌓이고 여기에 근속연수를 곱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5조).

임금피크제 — 정년을 늘리거나 보장해 주는 대신, 일정 나이부터 월급을 줄이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곱하는 월급이 마지막 3개월 것 하나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25년 동안 월 600만 원을 받다가 정년 앞 5년 동안 월 420만 원으로 깎였다고 해 보겠습니다. 퇴직할 때 DB형은 앞선 25년까지 모두 깎인 월급 420만 원으로 계산합니다.

구분 계산 퇴직금
임금피크 직전에 퇴직했다면 600만 원 × 25년 1억 5,000만 원
임금피크 5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면 420만 원 × 30년 1억 2,600만 원

5년을 더 일했는데 퇴직금은 2,400만 원 줄어듭니다. 월급이 오를 때 유리하던 DB형 계산식이 월급이 줄 때는 거꾸로 불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DC형으로 바꾸면 이득인가요?

같은 사람이 임금피크가 시작되기 직전에 DC형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겠습니다. 바꾸는 순간 앞선 25년분 1억 5,000만 원이 DC 계좌로 한 번에 들어가고, 그 뒤 5년 동안은 회사가 해마다 깎인 월급 한 달 치(420만 원)를 넣습니다. 앞선 25년분은 더 이상 깎인 월급으로 다시 계산되지 않습니다.

근속 25년, 월 600만 원에서 임금피크 5년 동안 월 420만 원을 받는 경우의 퇴직금. DB형 유지 1억 2,600만 원. 피크 직전 DC형 전환 시 운용수익률 연 -2%면 1억 5,577만 원, 0%면 1억 7,100만 원, 연 2%면 1억 8,747만 원 DB형 유지 1억 2,600만 DC형 · 연 -2% 1억 5,577만 DC형 · 연 0% 1억 7,100만 DC형 · 연 2% 1억 8,747만
점선이 DB형을 유지했을 때의 퇴직금입니다. 피크 직전에 DC형으로 바꾸면 수익률이 0%여도 4,500만 원을 더 받습니다. (예시 가정이며 세금·수수료는 뺐습니다)

DC형으로 옮긴 돈을 예금처럼 굴려 수익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1억 7,100만 원입니다. DB형을 유지한 1억 2,600만 원보다 4,500만 원 많습니다.

DC형은 운용 손익이 내 몫이라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예시에서는 해마다 2%씩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1억 5,577만 원으로 DB형보다 많습니다. DB형과 같아지려면 5년 내내 해마다 6.4%씩 손해를 봐야 합니다. 원금과 약정한 이자를 주는 원리금보장 상품에 넣어 두면 이런 손실은 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월급이 줄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계산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월급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는 DB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DB형 vs DC형 퇴직연금의 “어느 쪽이 좋은가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DC형으로의 변경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면 그날까지 일한 기간의 퇴직금이 DC 계좌로 옮겨집니다. 고용노동부 DC형 표준규약은 이 과거 근무분의 금액을 다음 두 금액 중 큰 쪽으로 정합니다 (제13조 제3항).

  1. 바꾸는 시점 이전 1년간 받은 임금 총액의 12분의 1 × 과거 근속연수
  2. 바꾸는 시점 기준 30일분 평균임금 × 과거 근속연수

회사는 이 돈을 바꾸는 날 한 번에 넣어야 합니다 (제14조 제2항). 두 계산 모두 바꾸는 시점의 월급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첫 감액이 시작된 뒤에 바꾸면 이미 깎인 월급이 과거 25년분에 곱해집니다. 전환은 첫 감액 전에 마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환은 회사에 바꿔 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회사의 퇴직급여 제도를 다른 종류로 바꾸려면 근로자 과반수(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조)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제4조 제3항). 다만 회사가 DB형과 DC형을 함께 마련해 두고 퇴직연금 규약에 개인에게 전환 기회를 주도록 정해 두었다면 혼자서도 바꿀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표준규약에는 이런 조항의 예시가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법은 회사에도 의무를 지웁니다. DB형이나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고,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조치를 해야 합니다 (제32조 제5항). 법이 예로 드는 조치는 DC형 전환과 퇴직급여 계산 기준 개선입니다.

회사의 조치 내용 이 예시의 퇴직금
DC형 전환 기회 피크 전에 DC형으로 옮길 수 있게 함 1억 7,100만 원 + 운용 손익
DB형 계산식 개선 월급이 바뀔 때마다 구간을 나눠 각각 계산한 뒤 더함 (DB형 표준규약 제12조 제3항) 600만 원 × 25년 + 420만 원 × 5년 = 1억 7,100만 원

회사가 DB형 계산식을 고쳐 두었다면 DB형에 남아도 1억 7,100만 원을 받습니다. 운용 손실 걱정도 없습니다. 이런 회사라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한 번 바꾸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표준규약은 DC형에서 DB형으로 다시 옮기는 경우 옮긴 날 이후 기간만 DB형이 되고, 이미 DC형에 쌓인 돈은 퇴직할 때까지 DC형에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바꾸기 전에 반드시 확인

  1. 내 월급이 정말 줄어드나 — 임금피크 시작일과 해마다 깎이는 비율을 인사팀에 확인합니다
  2. 회사 퇴직연금 규약 — DC형 전환 기회가 있는지, 신청 기간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합니다
  3. DB형 계산식을 이미 고쳤나 — 구간별로 나눠 계산해 주는 회사라면 DB형에 남는 편이 안전합니다
  4. 첫 감액 전에 신청하나 — 감액이 시작된 뒤에 바꾸면 깎인 월급으로 과거 근무분이 계산됩니다
  5. 옮긴 돈을 무엇에 넣을지 — 직접 고르지 않으면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으로 굴러갑니다. 정년이 5년 남았다면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부터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되돌릴 수 없다는 점 — 다시 DB형으로 옮겨도 이미 DC형에 쌓인 돈은 DC형에 남습니다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 — DC형 가입자가 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자동으로 굴려 주는 제도입니다 (제2조 제15호).

퇴직금 제도의 회사라면?

퇴직연금 없이 퇴직금 제도만 있는 회사도 계산 방식은 DB형과 같습니다. 그래서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면 똑같이 퇴직금이 줄어듭니다.

이 경우에는 DC형으로 옮기는 대신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정년을 늘리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일정 나이부터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법이 정한 중간정산 사유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6호). 감액 전 월급으로 그때까지의 퇴직금을 먼저 받고, 이후 근속기간은 정산한 날부터 새로 계산합니다 (법 제8조 제2항).

다만 중간정산은 회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 조문이 “지급할 수 있다”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신청 전에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팀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시행령과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표준규약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퇴직금 예시는 상여금 없는 월급제를 가정하고 30일분 평균임금을 한 달 월급으로 단순화했으며, 세금과 수수료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전환 조건은 회사마다 퇴직연금 규약이 다르니 결정 전에 인사팀과 퇴직연금사업자에 꼭 확인하세요. (본문 기준일: 2026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