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vs DC형 퇴직연금 — 내 퇴직금은 누가 굴리고, 얼마를 받나
내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바로 답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DB형은 나중에 받을 돈이 정해져 있고, DC형은 회사가 지금 넣어 줄 돈이 정해져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DB형은 “회사가 금액을 약속한 상품권”이고, DC형은 “회사가 해마다 채워 주는 내 투자 지갑”입니다. 상품권은 회사가 돈을 어떻게 굴렸든 적힌 금액이 나옵니다. 반면 지갑은 내가 굴린 만큼 커지거나 줄어듭니다.
DB형(확정급여형) — Defined Benefit. 받을(급여) 금액이 미리 정해진(확정) 퇴직연금입니다.
DC형(확정기여형) — Defined Contribution. 회사가 낼(기여) 금액이 미리 정해진(확정) 퇴직연금입니다.
DB형은 받을 돈이 고정
DB형으로 받는 퇴직금은 계산식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5조는 근속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주도록 정합니다.
DB형 퇴직금 = 평균임금(하루치) × 30일 × 근속연수
평균임금 — 퇴직하기 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날짜 수로 나눈 하루치 임금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예를 들어 퇴직 전 3개월(92일) 동안 매달 400만 원, 모두 1,200만 원을 받고 20년 일했다면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 | 계산 | 금액 |
|---|---|---|
| ① 평균임금 | 1,200만 원 ÷ 92일 | 약 13만 435원 |
| ② 1년치 퇴직금 | ① × 30일 | 약 391만 원 |
| ③ 퇴직금 | ② × 20년 | 약 7,826만 원 |
1년에 대략 한 달 치 월급이 쌓인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3개월의 월급이 20년 전체에 곱해진다는 점입니다. 월급이 꾸준히 올라 퇴직 직전에 가장 높다면 DB형은 그만큼 유리합니다.
이 돈은 회사가 굴립니다. 회사는 법이 정한 최소 금액 이상을 은행·보험사·증권사 같은 바깥 금융회사에 쌓아 두고 운용 방법도 직접 정합니다(제16조). 운용하다 손해를 보더라도 근로자가 받을 돈은 줄지 않습니다. 쌓아 둔 돈이 모자라면 회사가 부족한 만큼을 14일 안에 채워서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제17조 제3항).
DC형은 넣을 돈이 고정
DC형은 회사가 해마다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내 이름의 퇴직연금 계좌에 넣습니다(제20조 제1항). 연봉 4,800만 원이라면 매년 400만 원 이상이 들어옵니다. 1년에 한 달 치 월급이 쌓인다는 점은 DB형과 비슷합니다.
차이는 그다음부터입니다. 계좌에 들어온 돈을 무엇에 넣을지는 내가 고릅니다.
-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 상품이나 펀드·ETF 같은 실적배당 상품 중에서 고르고, 반기마다 1번 이상 바꿀 수 있습니다 (제21조)
- 고르지 않고 내버려 두면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굴러가는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이 있습니다 (제2조 제15호)
- 회사가 넣는 돈 말고 내 돈을 더 넣을 수도 있습니다 (제20조 제2항)
실적배당 상품 — 운용 결과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기도 하고 손해를 보게 되기도 하는 상품입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DC형의 퇴직금은 “회사가 넣어 준 돈 + 내가 굴린 결과”입니다. 운용을 잘하면 DB형보다 많이 받고, 손해를 보면 적게 받습니다. 그 손해를 회사가 채워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좋은가요?
두 제도의 차이를 먼저 한 표로 보겠습니다.
| 구분 | DB형 | DC형 |
|---|---|---|
| 정해진 것 | 받을 돈 (평균임금 × 30일 × 근속연수) | 회사가 넣을 돈 (연봉의 1/12 이상) |
| 굴리는 사람 | 회사 | 나 |
| 운용 손익 | 회사 몫 | 내 몫 |
| 퇴직금을 키우는 것 | 퇴직 직전 월급 | 운용수익률 |
| 다니는 중에 꺼내기 | 중도인출 조항 없음. 주택구입 등 사유가 있으면 받을 권리를 담보로 대출만 가능 (제7조) | 주택구입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중도인출 가능 (제22조) |
| 퇴직할 때 | 원칙적으로 내 IRP 계좌로 옮겨 받음 (55세 이후 퇴직 등은 예외) | 같음 |
IRP(개인형 퇴직연금) — 퇴직금을 옮겨 받거나 내 돈을 더 넣어 굴리는 내 이름의 계좌입니다 (연금저축과 IRP, 무엇부터 채워야 하나).
표에서 “퇴직금을 키우는 것” 한 줄이 답의 열쇠입니다. DB형은 월급이 오른 만큼, DC형은 굴린 만큼 퇴직금이 커집니다. 그래서 질문은 “내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내가 굴리는 수익률 중 어느 쪽이 높은가”로 바뀝니다.
같은 사람을 놓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첫해 월급 300만 원, 해마다 3%씩 올라 10년 일한 직장인입니다. DC형은 회사가 해마다 그해 월급 한 달 치를 연말에 넣는다고 가정했습니다.
수익률이 월급 인상률과 똑같은 3%일 때 두 금액이 정확히 같아집니다. 비교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월급 인상률 > 운용수익률이면 DB형이 유리하고, 운용수익률 > 월급 인상률이면 DC형이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투자를 잘하면 무조건 DC형이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의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 월급이 거꾸로 줄어드는 경우 — 임금피크제처럼 정년 몇 년 전부터 월급이 깎이면 DB형은 깎인 마지막 3개월 월급이 근속연수 전체에 곱해집니다. 이때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DC형이 나을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 앞두고 DB형에서 DC형으로)
- DC형으로 굴리다 손해를 보는 경우 — DC형에서 손해를 보면 그만큼 퇴직금이 줄고, 회사가 메워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분이라면 내 상황을 한 번 따져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승진이 끝나 앞으로 월급이 크게 오를 일이 없는 분
-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는 분
- 반대로 투자에 자신이 없고, 월급이 꾸준히 오르는 회사에 다니는 분 — 이런 분에게는 DB형이 편합니다
실제 성적표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2026년 5월 20일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보면, 2025년 말 퇴직연금에 쌓인 돈은 501.4조 원입니다.
| 구분 | 적립금 | 비중 | 2025년 수익률 | 10년 연환산 수익률 |
|---|---|---|---|---|
| DB형 | 228.9조 원 | 45.7% | 3.53% | 2.27% |
| DC형 (기업형 IRP 포함) | 141.6조 원 | 28.2% | 8.47% | 3.09% |
| 개인형 IRP | 130.9조 원 | 26.1% | 9.44% | 2.99% |
| 전체 | 501.4조 원 | 100% | 6.47% | 2.64% |
연환산 수익률 — 여러 해 동안의 수익률을 “해마다 평균 몇 %씩 불어났나”로 바꾼 값입니다.
2025년에는 DC형 수익률이 DB형보다 4.94%p 높습니다. 코스피가 1년 사이 75.6% 오른 해라 주식형 상품 비중이 큰 쪽의 수익률이 높게 나왔습니다. 실적배당 상품 비중이 DB형은 8.1%인 반면 DC형은 33.0%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DB형 수익률 3.53%는 회사의 성적이지 내 퇴직금의 성적이 아닙니다. DB형 가입자의 퇴직금은 수익률이 1%든 10%든 앞에서 본 계산식대로 나옵니다. 그러니 “DB형은 수익률이 낮으니 손해”라고 읽으시면 안 됩니다.
DC형도 한 해 성적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10년 연환산으로 보면 DC형 3.09%, DB형 2.27%로 차이가 0.82%p까지 좁혀집니다. 주가가 크게 오른 2025년 같은 해가 늘 오지는 않습니다. 앞에서 본 비교 기준대로 내 월급이 앞으로 몇 %씩 오를지와 견주어 보셔야 합니다.
내 유형 확인하기
가장 빠른 방법은 회사 인사팀에 묻는 것입니다. 다음 방법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스스로 상품을 골라 왔는지 떠올려 보기 — 퇴직연금 상품을 직접 고르라는 안내를 받아 왔다면 DC형입니다.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면 DB형이거나, 퇴직연금이 아닌 퇴직금 제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퇴직연금을 맡긴 금융회사 앱 보기 — 은행·보험사·증권사 앱의 퇴직연금 메뉴에 “확정급여형(DB)” 또는 “확정기여형(DC)“이 적혀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내 연금조회” — 간편인증으로 로그인하면 내 연금 계약 목록을 모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금융회사에 맡겨져 있는지 모를 때 먼저 찾아보기 좋습니다
퇴직금 제도 — 퇴직연금 없이 회사가 퇴직할 때 직접 주는 방식입니다. 금액 계산은 DB형과 같은 “근속 1년마다 30일분 평균임금 이상”입니다 (제8조).
DC형이라면 내 계좌로 개인투자용 국채를 사는 방법처럼 고를 수 있는 상품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오래 굴릴수록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원리는 복리와 72의 법칙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 제2조 DB형·DC형·사전지정운용 정의, 제7조 담보 제공, 제8조 퇴직금, 제9조·제17조 IRP 이전과 회사의 부족분 지급, 제15조 급여 수준, 제16조 최소적립금, 제20조 1/12 부담금과 추가 납입, 제21조 반기 1회 운용 변경, 제22조 DC형 중도인출 (시행 2026. 7. 1. 법률 제21475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기준법 제2조 — 평균임금이 “이전 3개월 임금 총액 ÷ 그 기간 총일수”라는 정의 (제1항 제6호)
- 고용노동부 —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2026. 5. 20.) — 2025년 말 제도별 적립금(DB 228.9조·DC 141.6조·IRP 130.9조 원), 제도별 연간 수익률(3.53%·8.47%·9.44%)과 5년·10년 연환산 수익률, 실적배당형 비중 (첨부 PDF)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퇴직연금의 종류 — DB형·DC형·IRP를 쉬운 말로 정리한 정부 안내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내 연금조회 — 간편인증으로 가입한 연금 계약 목록 조회
이 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로기준법과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퇴직금·수익률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며 세금과 수수료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제도와 숫자는 바뀔 수 있으니 실제 결정 전에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과 원문을 확인하세요. (본문 기준일: 2026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