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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가 오면 내 월급은 줄어드나 — 근로기준법으로 따져봤습니다


“금요일에 쉬느니 차라리 출근하겠다”며 주4일제를 접은 회사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는 2026년 예산 324억 원을 들여 주4.5일제 시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인이 정말 궁금한 것은 일하는 시간이 줄면 월급도 줄어드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이 자동으로 깎지는 않습니다. 다만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어디가 법이고 어디가 회사 재량인지 나눠서 보겠습니다.

지금 법이 정해 놓은 것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의 상한만 정합니다.

항목 내용 근거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 1일 8시간 (휴게시간 제외) 제50조
연장근로 당사자 합의로 1주 12시간까지 제53조제1항
연장근로 수당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 가산 제56조제1항
주휴일 1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 제55조제1항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법에 “주 5일”이라는 말이 없다는 점입니다. 법은 “1주 40시간”까지만 정하고, 그 40시간을 며칠에 나눠 일할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법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 법정근로시간은 법이 정한 상한(주 40시간)이고, 소정근로시간은 회사와 내가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입니다. 주 4.5일제는 이 소정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1일 8시간이라는 상한이 따로 있어서(제50조제2항), 하루를 길게 늘려 나흘에 몰아 넣으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를 따로 도입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법이 막아서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돈입니다.

월급이 깎이는 진짜 이유는 “월 209시간”입니다

월급제 직장인의 월급은 시급 ×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뜯어볼 수 있습니다. 여기 쓰이는 숫자가 그 유명한 209시간입니다.

월 소정근로시간 = (주 소정근로시간 + 주휴시간) × 365 ÷ 7 ÷ 12
               = (40시간 + 8시간) × 4.345
               = 약 209시간

주휴시간 8시간이 같이 들어가는 것에 주목하세요. 주휴일은 유급이라 일하지 않아도 임금이 나가기 때문입니다(제55조제1항). 그리고 주 소정근로시간이 40시간보다 짧아지면 주휴시간도 그 비율만큼 줄어듭니다.

그래서 근로시간을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주당 근로시간별 월 소정근로시간 막대그래프. 주 40시간은 월 209시간, 주 36시간인 주4.5일제는 월 188시간, 주 32시간인 주4일제는 월 167시간입니다. 209시간 188시간 167시간 주 40시간 주 36시간 주 32시간 지금 (주5일) 주 4.5일제 주 4일제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소정근로시간입니다. 시급을 그대로 두면 월급이 이 비율대로 줄어듭니다.

월급 300만 원인 사람으로 대보면 이렇습니다.

근무 형태 주 소정근로 월 소정근로 시급을 그대로 두면
지금 (주 5일) 40시간 약 209시간 3,000,000원
주 4.5일제 36시간 약 188시간 2,700,000원
주 4일제 32시간 약 167시간 2,400,000원

“시급을 그대로 두면”이 조건입니다. 근로시간이 10% 줄 때 시급을 10% 올리면 월급은 그대로고, 시급을 그대로 두면 월급이 10% 줍니다. 근로기준법은 둘 중 어느 쪽을 하라고 정해 놓지 않았습니다.

그럼 회사가 마음대로 깎을 수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임금은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이 정하고, 이걸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절차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즉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월급도 줄이는 것은 “불리한 변경”이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의견을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쓰는 경우에는 법이 임금보전을 직접 요구합니다.

사용자는 (…) 근로자를 근로시킬 경우에는 기존의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아니하도록 임금보전방안(賃金補塡方案)을 강구하여야 한다. — 근로기준법 제51조제4항

정부 시범사업이 겨냥하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지원 조건이 “노사합의로 임금감소 없이” 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항목 내용
사업명 워라밸+4.5 프로젝트
조건 노사합의로 임금 감소 없이 실노동시간을 단축
대상 우선지원 대상기업 (20인 이상)
지원 노동자 1인당 월 20~60만 원 (연 최대 720만 원)
예산 주4.5일제 도입지원 시범사업 324억 원 (2026년)

회사 입장에서 월급을 그대로 두는 대신 1인당 월 최대 60만 원을 받는 구조입니다. 임금을 깎으면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연차와 주휴수당은 어떻게 되나

자주 나오는 질문 두 개를 짚고 가겠습니다.

연차는 그대로 15일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제1항은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일수로 정해 놨습니다. 주 4.5일을 일하든 5일을 일하든 날짜 수는 같습니다. 3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2년마다 1일씩 붙어 최대 25일까지 늘어나는 것도 같습니다.

주휴수당은 줄어듭니다. 위에서 본 대로 주휴시간이 주 소정근로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주 40시간이면 8시간분, 주 36시간이면 7.2시간분입니다. 다만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주휴수당 자체가 없습니다.

통상임금 —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과 연차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입니다. 어떤 수당이 여기 들어가는지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집니다 (추석 상여금 — 안 주면 못 받나요에서 다뤘습니다).

지금 어디까지 왔나

아직 법이 아닙니다. 주 4.5일제를 의무로 만드는 법은 없고, 지금은 예산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 단계입니다.

노사정 합의 (2025.12 ✅)
        ↓
2026년 업무보고 — 시범사업 324억 원 배정 (2025.12.11 ✅)
        ↓
워라밸+4.5 프로젝트 시행 (2026.2 ✅)
        ↓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제정법」 입법 추진 (2026.3~)  ← 지금 여기
        ↓
국회 상임위·본회의 → 공포 → 시행

고용노동부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제정법」의 입법을 2026년 3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입법공청회까지 열렸지만 아직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진행 상황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업무보고에는 포괄임금제 금지, 노동시간 측정·기록 의무,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법제화도 2026년 상반기부터 추진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왜 이런 정책이 나오나

정부가 내건 목표는 OECD 평균 수준(연 1,700시간대) 입니다.

연간 근로시간 국제 비교 가로 막대그래프. 한국은 1846시간으로 가장 길고, 미국 1814시간, 정부 목표는 1700시간대, 독일과 프랑스 등은 1400시간 미만입니다. 한국 미국 정부 목표 독일·프랑스 1,846시간 1,814시간 1,700시간대 1,400시간 미만
OECD에 보고된 임금근로자 연간 근로시간입니다(2025년 기준). 독일·네덜란드·덴마크·프랑스가 1,400시간 미만이고, 한국이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깁니다. (지표누리 국가발전지표)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간 근로시간은 2025년 146.3시간입니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줄다가 2022년부터 다시 늘었습니다.

정리하면

  • 법은 “1주 40시간”까지만 정합니다. 며칠에 나눠 일할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 근로시간이 줄면 월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듭니다. 주 36시간이면 209시간이 약 188시간이 됩니다
  • 시급을 그대로 두면 월급이 그만큼 줍니다. 법이 자동으로 깎지도, 자동으로 지켜 주지도 않습니다
  • 다만 임금을 깎는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제94조제1항)
  •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쓰면 회사가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할 의무를 집니다 (제51조제4항)
  • 연차는 15일 그대로, 주휴수당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줄어듭니다
  • 주 4.5일제는 아직 법이 아니라 시범사업입니다. 제정법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2027년에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건강보험료는 동결인데 2027년 실수령액은 줄어듭니다에 정리했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기준법 조문과 고용노동부·정책브리핑 발표, 지표누리 통계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주 4.5일제 관련 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아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실제 임금 조정은 회사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따르므로 개별 사안은 관할 고용노동청이나 노무사와 상담하세요. (본문 기준일: 2026년 9월 18일)